100년 만의 파리 올림픽, 에펠탑 아래 경기장…가자, 열정과 함성 속으로

입력 2024-03-25 16:50   수정 2024-03-25 16:51


최근 찾은 프랑스 파리 도심 콩코르드 광장에는 작은 경기장들이 설치돼 있었다. 스케이트보드, BMX(바이시클 모토크로스)프리스타일, 3x3 농구, 브레이킹 경기장이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경기장 옆에 설치된 안내판 앞에서 다소 생소한 이 종목들에 대한 설명을 읽고 있었다. 3x3 농구 경기를 실제로 즐기는 청소년들도 있었다. 18세기 프랑스 대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처형된 이 ‘혁명의 광장’은 2024 파리올림픽의 경기장 중 하나다. 오는 7월 이곳에선 세계 각국의 Z세대 선수들이 무릎까지 내려오는 오버사이즈 티셔츠와 통이 넓은 카고 팬츠를 입고 브레이킹 경기를 펼치게 된다. 1924년 이후 100년 만에 열리는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파리가 세계 각국 관광객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에펠탑, 앵발리드, 그랑팔레 등 도심 곳곳의 유서 깊은 랜드마크는 모두 각 건물의 특색에 맞는 경기장으로 탈바꿈한다. 올 여름,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올림픽 경기를 보며 여행하는 건 어떨까.
○센강에서 펼쳐지는 개회식

오는 7월26일 막을 올리는 2024 파리올림픽은 과거 올림픽과는 전혀 다르다. 올림픽 전용 경기장에서 차례로 입장하는 예전과 달리 선수단이 센강에서 수상 행진을 한다. 세계 각국의 선수단을 태운 160여척의 배는 파리 동쪽 오스테를리츠 다리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6㎞ 떨어진 트로카데로 광장에 도착한다. 선수들이 탑승한 배와 함께 곡예사, 수상 교향악단, 댄서 등이 강을 따라 이동한다.

올림픽 주경기장 밖에서 개막식이 열리는 것은 120여년 올림픽 역사상 처음이다. 한정된 티켓을 구한 사람들만이 직접 볼 수 있었던 지금까지의 올림픽과 달리 이번 올림픽에선 강변에 있는 누구나 개막식을 ‘직관’ 할 수 있다. 센강변엔 상단, 하단 관람석이 설치되는데 이 중 하단 관람석만 유료로 운영된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개막식에 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6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올 것이라 보고 있다. 유례없는 초대형 개막식이다.


개막식 메인 행사는 선수들이 도착하는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열린다. 파리를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에펠탑 사진을 찍기 위해 들르는 명소다. 선수들은 이곳에 모여 에펠탑을 바라보며 성화를 채화한다.
○에펠탑에선 비치발리볼 … 베르사유는 승마
올 여름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을 찾는다면 주변에서 열리는 올림픽 경기들을 함께 볼 수 있다. 에펠탑 앞 샹드마르스 광장에선 비치발리볼 경기가 열린다. 천장이 없는 경기장이라 선수와 관중 모두 경기 중 고개만 살짝 들어도 에펠탑을 볼 수 있게 설계됐다.


에펠탑에서 샹드마르스 광장을 지나 파리 군사학교(에콜밀리테르) 앞으로 가면 유도·레슬링 경기장 ‘그랑 팔레 에페메르’가 나온다. 에페메르는 ‘임시의’라는 뜻으로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랜드마크 건축물인 ‘그랑 팔레’를 본떠 만들었다. 돔 구조로 이뤄진 건물로 기둥이 전혀 없는 것이 특징이다. 탁 트인 조망으로 에펠탑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진짜’ 그랑 팔레에서는 태권도와 펜싱이, 임시 그랑 팔레에서는 유도와 레슬링 경기가 진행된다.

금빛 돔으로 파리 도심 어디서나 빛나는 앵발리드 앞 잔디 공원은 양궁 경기장으로 거듭난다. 마라톤 경기의 완주 지점이기도 하다. 42.195㎞를 달리는 마라톤 선수들은 파리 시청에서 출발해 오페라하우스인 ‘오페라 가르니에’, 고급 호텔과 부티크가 밀집해있는 방돔 광장 등을 거쳐 파리 외곽 베르사유 궁전을 찍은 뒤 동쪽으로 달려 앵발리드에 도착한다. 이번 올림픽은 사상 최초로 일반인들도 마라톤에 참여할 수 있다. 각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뛰었던 길을 따라 달릴 수 있다.


절대 왕정의 상징인 베르사유 궁전은 마라톤의 코스뿐 아니라 승마와 근대5종 경기가 펼쳐지는 경기장으로 활용된다. 프랑스식 정원의 진수로 꼽히는 베르사유 정원은 현재 승마 경기장으로의 전환이 한창이다.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의 파리생제르맹(PSG) 팬이라면 올여름은 더욱 특별하다. PSG 홈구장인 ‘파르크 데 프랭스’는 이번 올림픽 축구 경기의 결승이 열리는 메인 축구 경기장으로 거듭난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이 열렸던 ‘스타드 드 프랑스’는 육상과 럭비 경기장으로 활용된다. 세게 3대 테니스 오픈으로 꼽히는 롤랑가로스의 주 경기장인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는 테니스뿐 아니 복싱 결승 경기가 펼쳐진다.
○미술관, 백화점으로 재탄생한 곳들도
올림픽을 앞두고 재탄생한 역사적인 장소들을 방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부르스 드 코메르스(Bourse de Commerce)-피노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18세기 곡물거래소, 19세기 원자재 상품거래소, 20세기 파리 상공회의소로 쓰인 이 건물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 의해 2021년 현대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프랑수아 피노 케링 그룹 회장이 50년간 수집한 미술품 1만여 점이 이 곳에 있다. 미술을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필수 방문 코스다.

파리 센강 퐁뇌프 다리 앞에는 150년 된 건물이 15년간의 보수 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 루이비통 등 다수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이 운영하는 사마리텐 백화점이다. 단순 백화점이라기엔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아 최근 파리를 찾는 MZ세대 사이에선 사진 명소로 꼽힌다. 아르누보 양식의 명작으로 꼽히는 5층 공작새 프레스코화, 철제 기둥을 리벳으로 연결한 에펠 구조물 등은 15년간의 세심한 복원의 결과물이다.

파리=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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